글 김상하 /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 팀장. 디지털 신사업을 담당하며 IP 사업과 유튜브 웹예능 등을 기획 총괄한다. 저서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귀여운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 ‘예쁜 쓰레기’는 꼭 필요하지 않아도 사고 싶은 것들을 말한다. 사람들은 한정된 비용과 시간 속 의식주와 같이 과거에 필수라고 생각했던 비용을 줄이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것에 주로 소비했다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라도 돈을 쓴다. 여기에 더해 가성비에서 시성비로,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기고 싶어해 더 짧고 작고 실용적인 것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작은 크기와 낮은 비용으로 환영받는 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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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바리스타, 보부상백이라는 단어는 Z세대가 자신들의 가방을 부르는 단어다. 무언가를 바리바리 챙겨 다니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꼭 필요하지 않아도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다 챙겨서 다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방에만 물건이 가득 찬 것이 아닌 ‘백꾸(백 꾸미기)’ 즉, 가방 밖에도 주렁주렁 뭔가를 달고 다닌다. 이런 유행이 계속되자 꼭 인형이 아니라 필요한 상품들도 미니어처 버전으로 출시돼 키링이 되고 있다. 화장품 중 립 제품이 키링과 결합돼 등장하기 시작했고 쿠션, 파운데이션 등 다양한 제품들이 미니 사이즈로 출시됐다. 미니백에 딱 맞는 사이즈에 실용성을 더하고,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나 가격적 부담을 덜어내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에 적중한 것이다.
더 작아진 미니어처 상품으로 가방을 챙기는 콘텐츠도 유행이다. 작은 가방에 미니어처 제품이 착착 수납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쾌감이 느껴져 영상을 반복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에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새로 출시한 미니어처 제품을 미니백에 챙기는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식품에도 마이크로 붐이 일었다. 친구들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커스텀 케이크를 주문하는 Z세대의 고민은 케이크가 생각보다 크고 5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싸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으며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 것이 바로 ‘마이크로 케이크’로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한입 케이크’라고도 불린다. 작은 크기에 독특한 디자인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었고 가격은 약 1만원 정도다. 사이즈를 줄이는 것만으로 낭비를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가격,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아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한 사례다.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작은 콘텐츠
작은 사이즈와 낮아진 비용으로 인기를 끄는 건 물건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부터 남들이 보는 것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하고자 한다.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것이 아니라 쇼츠를 보고 어느 정도 스토리만 알고 있으면 콘텐츠를 봤다고 생각할 정도다.
유튜브에서는 ‘밥친구’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혼밥 할 때 보는 콘텐츠로 밥 먹는 20분 안에 볼 수 있도록 긴 분량을 요약한 내용이다. 댓글창에 보면 자신의 그날 점심 메뉴를 적어놓기도 한다. 밥친구의 특징은 앞뒤 스토리를 제외하고 20분 분량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에피소드형 드라마나 예능 모음집을 많이 볼 수 있다.
짧은 요약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 보니 기획부터 짧게 만드는 1분 숏드라마도 등장하고 있다. OTT 플랫폼 왓챠는 ‘숏챠’를, 오디오 플랫폼 스푼은 ‘비글루’를 출시해 숏드라마 전용 플랫폼을 강화하고, 현대자동차는 류승룡, 진선규 배우가 등장하는 1분 숏드라마 ‘큐피드의 애로사항’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가장 긴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시장은 Z세대 관객이 줄어듦에 따라 러닝 타임과 가격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3분 분량의 손석구 주연 영화 <밤낚시>, 8분 길이의 스낵 애니 무비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공포영화 <4분 44초> 역시 44분의 짧은 시간에 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다. 티켓 가격도 짧아진 콘텐츠의 길이처럼 낮게 측정해 1천원, 4천원에 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시간을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인식이 뚜렷해지며 시간을 절약하려는 소비자의 니즈가 서비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집안일이나 관공서 업무, 세차, 폐기물 배출 등 다양한 일을 ‘대신’ 해주는 플랫폼은 매년 두 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여행 업계에서는 가까운 장소를 짧고 빈번하게 즐기는 ‘마이크로케이션’, 지역의 한정판 식재료나 면세품 쇼핑 등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짧게 다녀오는 ‘퀵턴 여행’ 등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SNS 인증과 공유까지 챙기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을 소유하고 가격의 효율을 따지던 시대를 지나 이제 사람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 더 빨리, 더 많이 볼 수 있는 콘텐츠와 조금씩 다양하게 사용해 볼 수 있는 미니 사이즈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된다. 그러나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은 컴팩트한 사이즈임에도 다양한 기능, 재미, 제품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이러한 요소를 갖췄을 때 비로소 특별한 상품이자 마케팅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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