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가희 / 1세대 북튜버로 유튜브 <기업 읽어드립니다>를 운영한다. 출판사 <찌판사> 및 영상 스튜디오 <뉴돛> 대표. 저서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외.
여행지에서 호텔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행 와서까지 운동을?” 싶지만 이제 운동도 하나의 쉼이고 경험이자 콘텐츠로 떠올랐다. 게다가 최첨단 기구, 고급 어메니티가 갖춰진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일 가는 헬스장도 퀴퀴한 쇠 냄새 대신 호텔처럼 고급스럽다면 어떨까? 운동할 맛이 더 나지 않을까?
운동 시간도 귀한 당신을 위한 럭셔리 피트니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도 살기 위해 운동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을 위해 짬을 내 찾는 곳, 이퀴녹스다. 이용료는 지점마다 다르지만 매월 최소 160달러(약 23만원), 전 지점 이용권은 월 260달러(약 38만원) 정도다. 연간으로만 등록할 수 있고 가입비는 750달러(약 98만원), 퍼스널 트레이닝 비용은 별도니 만만치 않다.
그만큼 로비부터 호텔급 인테리어, 화려한 시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쇼핑센터만큼 거대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며 통유리로 채광과 공간감을 살렸다. 넓은 센터에는 최첨단 운동기구가 충분히 마련되어 기다릴 필요 없이 다양한 루틴을 소화할 수 있다. 곳곳에 배치된 기능성 장비 덕분에 운동의 폭도 넓다. 옥상에서는 햇살을 받으며 배틀로프 같은 퍼포먼스 운동을 하거나 루프탑 수영장에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운동 중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멤버십 회원이라면 필라테스, 요가, 사이클링, 댄스, HIIT 등 다양한 그룹 피트니스 클래스를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 전문 강사들이 진행하는 필라테스룸에는 최신 리포머 기구가 넉넉히 갖춰져 있고 요가룸은 조명과 분위기까지 완벽하다. 이퀴녹스는 다양한 운동 기업을 인수하며 성장해왔다. 대표적으로 아시아에서 시작된 퓨어요가(PURE Yoga), 실내 사이클링 클래스로 유명한 소울사이클(Soul Cycle)이 있다. 이퀴녹스 내에서 검증된 피트니스 클래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핵심은 퍼스널 케어 시스템이다. 피트니스 지도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안마사, 보조 트레이너까지 회원 한 명을 위해 최대 5~6명의 전문가가 맞춤 관리를 제공한다. 360도 3D 스캔 장비로 골격과 근육을 정밀 분석하고 필요한 운동을 추천해 맞춤 프로그램을 설계해준다. 운동을 마친 후에는 에스테틱 클럽, 마사지 바, 습식 사우나에서 몸을 풀 수 있고 프라이빗 샤워실엔 고급 어메니티와 다양한 용도와 크기의 수건까지 세심하게 준비돼 있다. 또 건물 내에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라운지, 카페,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키즈클럽까지 마련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는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앱이 피트니스 경험을 한층 강화한다. 개인의 운동 습관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운동 및 건강 계획을 자동으로 설계해준다. 이 AI 기반 트레이너는 고객의 패턴을 학습하며 디지털 코칭을 진행한다. 실제로 6개월간의 실험에서 앱을 사용한 회원들의 방문 횟수가 40% 이상 높았다. 비싸도 굳이 이퀴녹스를 찾는 이유다.
하룻밤 최소 200만원,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한 휴식
2019년 이퀴녹스는 뉴욕 허드슨야드에 호텔을 열었다. 이곳은 단순히 1,600평 규모의 이퀴녹스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기 위한 호텔이 아니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해 수면, 운동, 회복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설계됐다.
객실은 완벽한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수면 심리학자들과 협업해 ‘어둡고 조용하며 시원한(Dark, Quiet, Cool)’ 원칙을 적용했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 전자식 암막커튼, 마그네슘과 발레리안 뿌리가 들어간 수면 키트까지 숙면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신체 내부 건강까지 고려해 항산화 수치를 측정하고 비타민 주사와 슈퍼푸드까지 제공한다.
투숙객들은 요가, 복싱 등 다양한 그룹 클래스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5m 높이의 공공 조형물 ‘베슬(Vessel)’ 위를 달리는 실외 러닝 클래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운동 후에는 스파에서 피로를 푼다. 이곳에서는 마사지, 물리치료는 물론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를 활용한 페이셜 케어까지 받을 수 있다. 저온 치료와 적외선 사우나를 결합한 온도 테라피를 경험하거나 30분 동안 3시간의 수면 효과를 제공하는 수면 서킷도 이용 가능하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 회복과 컨디션을 최적화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는 이 호텔을 두고 “웰니스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며 극찬했다.
한편 이퀴녹스는 2025년 초고가 멤버십 프로그램인 ‘옵티마이즈(Optimize)’를 출시했다. 연회비가 무려 40,000달러(약 5,300만원)다. 퍼스널 트레이너, 영양사, 수면 코치,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한 사람을 전담 관리하며 최신 바이오해킹 기술을 활용해 회원의 운동, 수면, 영양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완전히 개인화된 웰니스 플랜을 제공한다.
건강이 곧 지위의 상징, 웰니스 시장의 진화
이퀴녹스를 창업한 건 맨해튼에서 피트니스 강사로 활동하던 라비아나 에리코다. 1991년 부동산 투자회사에 다니던 둘째 동생 대니와 디자인 에이전시에 다니던 셋째 동생 비토와 함께 창업했다. 이들은 뉴욕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술 한잔 하는 해피아워 대신 운동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했다. 1990년대 피트니스 센터는 어둡고 낡았으며 보디빌더 중심의 그야말로 쇠 냄새나는 헬스장이었다. 이 사이에서 밝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쾌적한 환경을 갖춘 이퀴녹스는 단연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체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업계 최고 수준의 트레이너를 길러냈다.
이퀴녹스가 뉴욕에 지점을 5개까지 확장한 1999년, JP 모건 출신의 하비 스페백이 합류한다. 그는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해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확장한다. 피트니스 센터를 넘어 운동 콘텐츠와 웰니스 여행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2006년에는 부동산 기업 릴레이티드 컴퍼니(Related Company)가 대주주로 참여했고 에리코 남매는 지분을 정리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현재 하비 스페백이 이퀴녹스를 이끌고 있다.
하비 스페백은 2000년대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이 ‘자기 관리’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 웰니스 산업의 전환점이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내 피트니스 회원 수는 2009년에서 2016년까지 26% 증가했으며 현재 6,000만 명에 달한다. 이퀴녹스는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펠로톤(Peloton),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피트니스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퀴녹스는 현재 뉴욕에만 40개, 전 세계에는 107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북미뿐만 아니라 영국, 두바이 등 글로벌 지점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2024년 12월까지 18억 달러(약 2조 3천억원)의 자본을 확보해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 IPO 계획은 없다. 당분간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험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동안 럭셔리 소비의 축이 명품, 자동차, 호텔이었다면 이제는 건강, 신체 관리, 웰니스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신의 체력과 건강을 자산처럼 여기고 기꺼이 투자하는 시대다. 이퀴녹스는 바로 이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피트니스 센터가 아니라 신체 최적화를 위한 공간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이퀴녹스의 슬로건은 ‘It’s Not Fitness, It’s Life’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비싼 피트니스 센터가 왜 주목받는지 의문이었지만, 답은 명확했다. 사람들은 헬스장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DIGGING > Br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메레온도르_ 세계관을 파는 브랜드 (0) | 2025.02.12 |
---|---|
테클라_ 고요하고 아름다운 (0) | 2025.01.13 |
에레혼_ 브랜드가 제시하는 멋진 삶의 지향 (1) | 2024.12.13 |
레이_ 아웃도어 팬덤을 만들다 (6) | 2024.11.12 |
짐샤크_ 세상에 간단한 성공은 없다 (8) | 2024.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