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주영 / <아레나옴므플러스> 편집장
가십 뉴스를 종종 접한다면 킴 카다시안을 모를 리 없다. 그런 그가 속옷 브랜드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알 수도 모를 수도 있겠다. 그의 브랜드 스킴스는 단순한 속옷이기를 거부하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중이다.
논란의 셀러브리티가 만든 브랜드
킴 카다시안은 누가 뭐래도 톱티어 셀러브리티이자 수많은 어그로를 끌고 논란을 생산하는 유명 인사다. 어린 시절 패리스 힐튼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카다시안 패밀리로도 위세를 떨쳤다. 더욱이 어머니 크리스 제너의 재혼으로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까지. 이 가족은 이름만 나열해도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모를 턱이 없다. 시사 뉴스를 찾아봤던 이라면 그 유명했던 O.J.심슨 사건에 그의 아버지가 변호사였다는 사실을 알 거고, 앞서 말한 패리스 힐튼과의 ‘짜고 치는 고스톱’ 외에도 힙합 스타 칸예 웨스트와의 결혼과 이혼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 킴 카다시안은 절대 모를 리가 없는 이름 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가 ‘속옷’ 브랜드를 론칭했다. ‘스킴스(SKIMS)’가 바로 그것. 현존하는 전 세계 유명인 중 가장 거센 논란의 셀러브리티이기에 브랜드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더욱이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이름을 내걸고 론칭하는 패션 브랜드가 꽤나 많았기에 이 편견의 강도는 더 강력했다. 하지만 스킴스를 조금 들여다보면 편견을 깰 수 있는 독창적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 스킴스는 속칭 속옷 브랜드가 맞다. 하지만 자신들의 제품이 이너웨어가 아닌 ‘셰이프웨어(Shape Wear)’라고 스스로 명명한다. 여기에서 스킴스의 주요한 차별점이자 성공 요인이 도출된다. 소비자의 모든 체형에 브랜드가 맞추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기 때문이다.
전에 없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다
논란의 인물인 킴 카다시안에서 다시 출발해보자. 검색 사이트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자. 그의 바디 쉐이프를 보면 딱 알 수 있다. 스킴스의 출발이 어디에서부터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는 이야기다. 곧장 스킴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라. 제일 먼저 ‘모두가 스킴스를 입을 수 있다’라는 문구가 소비자를 반긴다. 또 다른 슬로건도 보인다. ‘모두를 위한 솔루션’이다. 킴 카다시안은 기존의 예쁘게만 만들어진 속옷이 자신의 몸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패션쇼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과거의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스킴스는 그 브랜드와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스킴스는 모든 제품의 사이즈를 XXS부터 4X까지 선보인다. 이건 표면적인 요소일 뿐이다. 브라, 언더웨어, 셰이프웨어, 스윔, 멘즈 등으로 세분화된 카테고리 중에서 셰이프웨어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표면적으로 사이즈 스펙트럼이 넓은 뿐만 아니라 제품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 굉장히 정교하게 사이즈를 고를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소비자의 피부 톤을 다양하게 수용해 만들어뒀다. (패션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이너웨어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스킴스가 각광받는 이유를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현대 바이럴 마케팅의 모범 사례
이러한 체계적 사이즈 선택권만이 스킴스를 주목받게 만들었을까? 물론 아니다. 스킴스는 킴 카다시안 자신의 체형에서 출발해 잘 만들어진 제품을 내놓은 건 분명하다. 여기에 킴 카다시안의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 더해졌다. 그건 바로 평생 논란의 셀러브리티로 살아온 그가 다시 한번 기존의 통념을 깬 패셔너블한 스타일링을 스킴스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스킴스 론칭 초기에 킴 카다시안은 스킴스의 보디 슈트를 입고 데님 팬츠만 착용했다. 그러니 상의는 속옷 차림인 셈이다. 이게 SNS 상에서 바이럴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들이 그 스타일링을 따라 했다. 스킴스는 곧장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SNS 바이럴 마케팅 전략이 완전히 적중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전략에, 자신의 주변 셀러브리티들을 적극 활용했다. 카다시안 패밀리와 제너 패밀리가 동시에 스킴스에 도움을 줬다. 카일리 제너, 켄달 제너, 코트니 카다시안, 클로에 카다시안.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자매들이 자신의 SNS에 스킴스를 업로드했고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리스 힐튼, 케이트 모스, 메간 폭스, 타이라 뱅크스 등 수많은 인플루언서 및 셀러브리티 지인들이 스킴스를 홍보했다. 최근에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블랙핑크의 로제가 캠페인에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스킴스는 전략적인 브랜드 컨셉에 아주 전형적이지만 가장 효과가 높은 셀러브리티 및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용해 성공한, 뻔하지만 교과서적인 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브랜드의 확장 그리고 협업
‘스킴스는 차세대 속옷, 라운지웨어, 셰이프웨어를 만드는 솔루션 지향적 브랜드다’ 브랜드 웹사이트에 표기된 문구다. 맞다. 스킴스는 지금 확장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패션 브랜드로의 발돋움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함에 있어 가장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속옷과 홈웨어, 캐주얼 웨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남성용 제품까지도 나오니 이런 스킴스를 두고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웨어 브랜드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킴 카다시안이 속옷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이름값으로 돈이나 벌려고 하는 거겠지” “제2의 빅토리아 시크릿을 꿈꾸는 건가?” 스킴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변에서는 이런 놀림,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스킴스는 정교하고 전략적인 브랜드라는 게 밝혀졌다. 더욱이 놀라운 건 브랜드가 창립자의 단순한 유명세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증명해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펜디와의 협업이 그 첫걸음이었다. 물론 이 협업은 펜디가 킴 카다시안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브랜드가 하우스와 협업한다는 건 그만큼 인지도가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24년에는 돌체앤가바나와의 협업 제품이 출시된 바도 있다.
스킴스, 나이키를 업고 더 대중적 브랜드로
올해 초 스킴스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이게 일회적인 단순 협업이 아니기에 더 중요해 보인다. 나이키의 하위 브랜드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바로 ‘나이키스킴스(NikeSKIMS)’다. 사실 이건 소비자들이 스킴스를 바라보는 기존의 (여전히 조금은 삐딱한) 시선을 달리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개인 브랜드가 가장 대중적 소비자 군을 포섭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속으로 편입된다는 것 자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이키스킴스는 이제 굉장히 대중적인 브랜드가 된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시장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이렇다. 스킴스는 평생 논란을 만들어온 유명 인사의 속옷 브랜드로 시작됐다. 단순한 속옷을 넘어 세상의 모든 체형과 피부 컬러를 고려하는 세심함으로 부정적 반응은 서서히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더욱이 그의 친구들이라 부를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이 힘을 가세해줌으로 인해 스킴스는 조금 더 소비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러한 브랜드의 성장 과정은 킴 카다시안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킴스는 브랜드가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현대적 표준이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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