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정현영 / (사)한국광고총연합회 콘텐츠진흥팀 부국장, 매거진 <ADZ> 편집장
디지털 기술과 규제 완화가 만든 새로운 도시 풍경 속에서 옥외광고는 이제 단순한 노출을 넘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 경험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와 친환경 기술로 세계를 사로잡은 DOOH
최근 막을 내린 2026년 칸라이언즈 아웃도어 부문에서는 하이네켄(Heineken)의 <Could have been a Heineken> 캠페인이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해 소비자 행동 변화를 끌어낸 사례로 골드를 수상했다. 하이네켄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친구가 보낸 길고 지루한 음성 메시지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행동 데이터에 주목했다. 그리고 도심 지하철역, 건물 외벽, 에스컬레이터 등 유동 인구가 밀집한 공간의 대형 DOOH(디지털 옥외광고)를 스마트폰 메신저 시스템과 직접 연동하는 인터렉티브 캠페인을 전개했다.
DOOH 화면에는 소비자가 실제 받고 있는 음성 메시지의 파형과 재생 시간이 실시간 데이터로 거대하게 시각화된다. 지루한 음성 메시지가 흐르는 동안 DOOH는 메시지의 길이를 측정해 “이 긴 음성 메시지를 듣는 시간은 하이네켄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Could have been a Heineken)”라는 유쾌한 맞춤형 카피를 띄운다. 동시에 화면 속 QR코드를 통해 친구에게 받은 긴 음성 메시지를 하이네켄 공식 계정으로 전달하면 음성 길이에 비례하는 무료 맥주 쿠폰을 모바일로 즉시 발급해준다.
지루하게 낭비되던 일상의 시간을 하이네켄을 즐기는 경험으로 바꾼 이 캠페인은 오프라인 미디어와 개인 모바일 데이터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프로그래매틱 DOOH(pDOOH)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성을 보여줬다.
하이네켄의 사례가 개인화된 행동 데이터의 결합이었다면, 친환경 에너지 기업 플레니튜드(Plenitude)가 진행한 <Dark Mode Ads> 캠페인은 DOOH 매체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막대한 에너지 소비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며 친환경 글로벌 표준을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60㎡ 크기의 대형 LED 광고판 하나가 1년간 소비하는 전력량은 유럽의 23가구가 쓰는 에너지 양과 맞먹는다. 플레니튜드는 무조건 밝고 화려하게만 빛나던 기존 광고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스마트폰의 다크 모드처럼 디지털 광고의 배경을 어둡게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광고 이미지의 시인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면의 색상 조합을 에너지 효율적으로 최적화하는 AI 기반의 혁신 툴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시각적인 효과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를 최소 48%에서 최대 74%까지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캠페인은 르노(Renault), 월풀(Whirlpool), 하이네켄(Heineken), 리오 마레(Rio Mare)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동참하며 로마, 파리, 밀라노 등 전 세계 주요 도심의 야간 빌보드 풍경을 바꿔놓았다. DOOH가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기술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답을 제시한 이 캠페인은 올해 칸라이언즈 아웃도어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했다.
‘단순 노출’에서 ‘최첨단 디지털 채널’로
국내에서도 정부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제도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DOOH의 진화가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시작으로 명동, 광화문, 해운대 등 제2기 구역까지 본격적으로 확대 운영되면서 국내 DOOH 시장은 바야흐로 부흥기를 맞이했다. 과거의 옥외광고가 유동 인구가 많은 길목에 브랜드 로고나 포스터를 걸어두는 수동적인 매체였다면, 오늘날의 DOOH는 강력한 데이터와 애드테크(AdTech)가 결합해 ‘쌍방향 소통 및 정밀 성과 측정이 가능한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채널’로 완벽하게 재정의되고 있다.
시간, 날씨, 유동 인구 등 실시간 맥락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광고를 노출하는 pDOOH 기술이 안착하면서 매체 효율성도 극대화됐다. 통신사 기지국 접속 데이터와 AI 기반 지능형 비전 센서를 연동해 매체 주변의 유동 인구수뿐만 아니라 시선이 머문 시간(체류 시간)까지 수치화해 기존 옥외광고의 걸림돌이던 효과 측정의 모호함도 빠르게 해소하는 추세다. 덕분에 DOOH 주변의 타깃 소비자에게 모바일 배너 광고를 다시 노출하는 정밀한 크로스 미디어 마케팅도 가능해졌다.

강남역 더몬테, 명동 K파이낸스 빌딩 등의 DOOH와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 모빌리티’가 연동해 운전자의 이동 여정 전반에 걸쳐 브랜드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가 하면, 롯데월드몰 지하 1층과 잠실 지하철역 연결 통로에 위치한 4개의 사각 기둥에는 AI 스캐닝 시스템이 설치돼 방문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브랜드와 소통하도록 설계했다. 단순한 이동 통로가 거대한 체험형 브랜드 존으로 탈바꿈됐고, 인상 깊은 DOOH 콘텐츠를 목격한 소비자는 즉각 모바일 검색을 하거나 SNS에 인증샷을 공유하며 자발적 바이럴을 주도한다. DOOH는 이제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풀퍼널(Full-Funnel) 경험의 핵심 매체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스펙과 몰입감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의 초대형 LED 스크린 ‘신세계스퀘어(1,292.3㎡)’는 매년 겨울 압도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지난 2025년 12월 31일 밤 펼쳐진 ‘새해 카운트다운 쇼’는 명동 일대를 환상적인 빛의 축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거대한 3D 아나모픽(Anamorphic) 입체 그래픽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초대형 카운트다운 비주얼은 수만 명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바이럴되며 오프라인 랜드마크가 가진 디지털 파급력을 증명했다.
광화문 광장 중심부의 ‘루미미디어(676㎡)’ 역시 최신 LED 기술을 적용한 고해상도 구현으로 아나모픽 콘텐츠 송출 시 몰입감이 극대화되는 매체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건물 모서리를 감싸는 곡면형 설계로 비즈니스맨과 글로벌 관광객의 동선에 완벽히 침투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뢰도와 상징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광장 서편의 ‘KT Square’ 미디어 파사드는 브랜드 광고뿐만 아니라 국가적 문화 콘텐츠와 미디어 아트를 송출하는 디지털 캔버스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공공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도심뿐만 아니라 간선도로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서울 교통량 1위 구간인 ‘올림픽대로(여의도 및 한강 권역)’에 설치된 대형 가로등형 디지털 하이웨이 빌보드 ‘로드블럭여의12’는 상습 정체 구간의 특성을 살려 운전자의 긴 체류 시간을 정밀하게 공략하는 독보적인 하이웨이 미디어 요충지로 주목 받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 DOOH의 성공 공식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DOOH 광고 캠페인의 성공 공식을 정리해봤다.
첫째, DOOH는 장소가 곧 메시지다. 비즈니스 중심 매체인 ‘루미미디어’에 어울리는 신뢰도 높은 메시지와 복합 문화 공간인 ‘잠실역 지하 광장’에 어울리는 참여 중심적 메시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타깃층이 해당 공간을 방문하는 목적과 동선을 세심히 파악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둘째, 자발적 바이럴을 유발하는 비주얼을 설계해야 한다. 최고의 DOOH 광고는 소비자가 스스로 찍어서 모바일로 퍼뜨리는 광고다. 3D 아나모픽 연출이나 AI 스캐닝 반응형 기술 등에 독창적인 스토링텔링을 얹어 소셜 미디어로 확산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 단계부터 pDOOH 데이터 연계와 성과 측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유동 인구 흐름과 체류 시간 데이터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이를 모바일 광고와 연계해 최종 구매나 방문 전환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완성도 높은 풀퍼널 마케팅 설계를 완성해야 한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이제 도시의 미관을 꾸미는 수준을 넘어 예술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형 미디어 아트이자 실시간으로 보행자와 반응하는 똑똑한 온∙오프라인 연결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일상 공간 속에 고도로 침투한 국내 DOOH 매체들의 눈부신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비즈니스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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