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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Campaign

롯데정밀화학_뒤집으니 답이 보였다

 

글 에디토리얼팀

 


 

전체 화물 운수 종사자의 단 2.37%.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트럭커들의 일상에서 새로운 캠페인의 실마리를 찾았다.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은 이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록스가 꺼내 든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익숙한 발상을 뒤집어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한 <FLIP for Her> 캠페인. 전략3팀 김아림 CⓔM, 콘텐츠3팀 강유리·고수연 CⓔM, 콘텐츠7팀 김민구 CⓔM, 콘텐츠11팀 이예림 CⓔM을 만나 그 아이디어가 탄생한 순간으로 돌아가 봤다.

 

 

Q. 먼저 <FLIP for Her>가 어떤 캠페인인지 소개해 주세요. 

<FLIP for Her>는 여성 트럭커들이 겪는 화장실 이용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한 캠페인입니다. 기존 남성 화장실에 양면 안내판을 설치해 여성 트럭커가 이용할 때는 여성 화장실 표식으로 뒤집고, 이용을 마치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방식이죠. 별도의 여성 화장실을 새로 설치하는 대신 하나의 표지판을 활용해 현장의 불편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Q. 유록스는 앞서 <가족이 타고 있어요> 캠페인을 통해 트럭커와 그 가족의 삶을 조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여성 트럭커에게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록스는 지난 몇 년간 단순한 제품 광고를 넘어 ‘트럭커의 동반자’라는 브랜드 철학을 꾸준히 전해왔습니다. <가족이 타고 있어요> 캠페인이 트럭 운전자와 그 가족의 삶을 재조명했다면,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대상이 여성 트럭커였습니다.

최근 10년간 여성 화물 운수 종사자는 약 332% 증가했지만, 전체 화물 운수 종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37%에 불과합니다. 아직 소수이다 보니 이들의 필요를 고려한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트럭커들의 일상에 좀 더 귀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Q.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실제로 운송업에 종사하는 여성 트럭커 세 분을 만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취재했습니다. 운전, 상∙하차, 대기까지 하루 일과를 가까이에서 따라가며 이야기를 들었죠. 그 과정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어려움은 화장실 이용 문제였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목말라도 참는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문제는 단순히 시설이 부족하다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남성 중심의 업무 환경이다 보니 여성 트럭커들이 생리적인 불편을 먼저 꺼내 말하기조차 쉽지 않았죠. 이후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80%가 화장실을 ‘부족하거나 불편한 시설’로 꼽았습니다.

 

3명의 여성 트럭커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취재해 그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냈다. / 출처 @EUROX_LOTTE

 

 

Q.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나요?

처음에는 저희도 가장 익숙한 해결책부터 생각했습니다. 여성 화장실이 부족하다면 더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트럭커들은 업무 장소가 고정돼 있지 않고 물류센터, 공장, 주유소 등 여러 장소를 오가며 일하기 때문에 모든 곳에 새로운 화장실을 설치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간이화장실 역시 일시적인 대안일 뿐이고요.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대신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그러자 화장실 앞에 늘 붙어 있는 남성 화장실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는 성별을 구분하는 안내물이지만, 필요할 때 뒤집기만 해도 공간의 역할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FLIP for Her>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Q.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나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 아이콘을 앞뒤로 배치해 표지판을 180도로 뒤집을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기존 화장실에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가볍고 슬림하게 제작하고,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도록 블랙과 핑크의 대비를 활용했습니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아무 화장실에나 설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기존 시설의 운영 방식과 이용 동선도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단순히 표지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부터 제작까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Q.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여성 트럭커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보니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죠. 무엇보다 이들의 일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인터뷰 과정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분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막연히 짐작했던 현실을 한층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화장실 이용이 여의치 않아 간이화장실을 직접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당사자에게는 운행 전부터 대비해야 할 만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였던 거죠. 이를 계기로 화장실 문제를 단순한 불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캠페인 영상에서 이들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성 트럭커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그리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숙련된 운송 종사자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운전, 상∙하차, 차량 관리 등 이들의 일상을 먼저 담아내고, 그 속에서 겪는 불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Q. 시범 운영 이후 현장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실제 여성 트럭커들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여성 트럭커로서 정말 힘든 부분을 잘 짚어줬다”, “이런 화장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저희가 주목한 문제가 당사자들에게도 절실한 부분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뜻깊었죠. 남성 트럭커들의 반응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 동료를 위해 직접 안내판을 뒤집어주거나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에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트럭커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응답자의 93.6%가 ‘화장실 이용의 불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95.7%는 ‘이러한 시도가 매우 필요하다’고 평가했죠.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그동안 지나쳤던 불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무심히 지나쳤던 불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EUROX_LOTTE

 

 

Q. 이번 캠페인은 유록스의 브랜드 철학과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그동안 유록스는 트럭커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캠페인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FLIP for Her>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트럭커들의 일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죠.

무엇보다 ‘동반자’란 반드시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불편을 먼저 알아채고, 작은 변화라도 함께 만들어주는 존재가 진정한 동반자 아닐까요? 이번 캠페인이 그런 유록스의 마음을 전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랍니다.

 

 

Q.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사회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캠페인에서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크리에이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당사자의 일상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여성 트럭커를 위한 환경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화장실을 새로 만드는 방법에만 머물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실제 상황을 살펴보니 문제의 본질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기존의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전혀 다른 접근도 가능해졌죠.

 

 

Q. 마지막으로, 이번 캠페인을 통해 광고인으로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꼭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상에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성 트럭커’도, ‘화장실’도, ‘화장실 표지판’도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이 세 가지를 하나의 맥락에서 바라본 적이 없을 뿐이에요.

특히 여성 트럭커들의 하루를 직접 따라가면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작은 순간들을 발견했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물을 마시는 일조차 참는다는 이야기처럼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광고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 모두가 보고도 지나쳤던 일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일. 어쩌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스태프들은 캠페인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촬영 내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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