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으로 존재하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진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마음산책, 2014 -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이의 글로 서두를 연다. 신형철이 말하는 없음의 철학은 비단 사랑의 세계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
2020. 2. 6. 17:51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