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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AD KEYWORD] 수상한 바람

 

바야흐로 가을이다. 40도에 육박하던 열대야가 언제였냐는 듯 가을바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나섰다. 뺨을 스치는 선선한 가을 바람에 가만히 순응하다 보면 어른이 되는 방법도, 자유를 찾는 방법도 오직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라는 곡이 떠오른다. 2016년 10월, 밥 딜런은 수많은 문학계의 거장들을 제치고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가사에 담긴 시적인 표현들이 세계인들에게 문학적 감동을 선사해줬다는 것이 파격적인 수상의 이유였다.

 

 

광고인을 꿈꾸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대홍기획 DCA를 비롯한 공모전에 도전하고, 그 열정을 발판 삼아 언젠가는 칸 국제 광고제에 입성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는 광고계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밥 딜런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이 그어놓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대가의 노래를.

 

 

한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려면 무릇 그 분야의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곧 공모전이나 광고제에서 수상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더 잘해야겠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정작 권위를 자랑하는 상들은 우리보다 훨씬 넓은 광각의 시야를 가지고 색다른 수상자들을 물색하고 있다. 근래 칸 국제 광고제의 수상작들도 그렇다. 수상한 전화번호 하나로 그랑프리를 거머쥐는가 하면, 듣도 보도 못했던 기술들이 여타 광고물들을 제치고 발칙한 크리에이티브로 인정받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당신의 어깨 위에 불고 있는 가을 바람에게 물어보자.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

 

 

 

 

 

It's a Tide ad 수상한 광고 

 

광고 촬영 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 분들은 쉴 새 없이 바쁘다.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깨끗하게, 주름 하나 없이 말끔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P&G의 세제 브랜드 Tide의 슈퍼볼 광고도 실제 현장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건 아닐까? 자동차 광고처럼 생활용품 광고처럼 맥주 광고처럼 완벽하게 위장한 Tide 광고는 모델이 입고 있는 깨끗한 옷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Tide를 외친다. 이처럼 현란한 치고 빠지기 기술이라니. 이 광고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광고 속에 등장하는 모든 흰셔츠들을 의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저거 또 Tide 광고 아냐?라고. 

 

 

▲ 2018 It's a Tide Ad (출처: Funny Commercials 유튜브)

 

 

 

 

 

" This Coke is a Fanta 수상한 콜라 "

 

미디어 비용은 제로. 미디어 효과는 1억원 이상. 이 정도는 돼야 진짜 수상한 아이디어다. 코카콜라는 브라질에서 동성애를 비하할 때 사용되는 ‘This Coke is a Fanta’라는 관용구를 동성애를 지지하는 퍼포먼스로 탈바꿈시켰다. 코카콜라에서는 위 관용구를 그대로 실천하여 환타가 든 코카콜라 에디션을 출시, LGBT 행사에서 당당하게 런칭했다. 이 쾌활하고 발칙한 CSR은 SNS를 통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This Coke is a Fanta’라는 문장은 동성애자들의 프라이드를 상징하는 일종의 슬로건이 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코카콜라도 제로의 미디어 비용으로 올해 칸 국제광고제 CSR 부문 그랑프리의 영광을 얻었다.

 

 

▲ This Coke is a Fanta (출처: Creativity - Cannes Lions 유튜브)

 

 

 

 

 

JFK Unsilenced 수상한 연설

 

세상을 먼저 떠난 딸의 목소리가 그리워 핸드폰에 남아있는 자동메시지를 듣고 또 듣는다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조금 더 일찍 보이스 퍼스트의 시대가 도래했다면, 아버지의 그 간절한을 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2018 칸 국제광고제에서도 보이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되었고, 또 수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암살당한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재현한 ‘Find Your Voice’ 캠페인이다. 영국의 일간지 TIMES에서는 케네디의 사망하기 전 831개의 음성데이터를 수집하여 그가 결코 읽지 못했던 마지막 연설문을 생생한 케네디의 목소리로 복원했다. 이 놀라운 음성 엔지니어링 기술은 2018 칸 국제 광고제 Innovation-Creative Data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JFK Unsilenced (출처: Creativity - Cannes Lions 유튜브)

 

 

 

 

 

Tag Words 수상한 검색어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 365일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는 매일매일 뼈저리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 버드와이저가 놀랍게도 그림의 떡, 그림의 버드와이저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로 변모시켰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버드와이저를 마시며 찍힌 사진들. 그러나 그것은 라이센스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광고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버드와이저는 소비자가 직접 그 이미지를 검색해 볼 수 있는 행동 유발 광고를 선보였다. 이미지는 숨기고, 검색 키워드만 옥외 광고물로 제작하여 사람들이 검색할 시 버드와이저를 마시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똑똑한 캠페인은 Innovative Use of Print부문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Tagwords (출처: Creativity - Cannes Lions 유튜브)

 

 

이맘때가 되면 청명한 가을하늘만큼이나 선연해지는 것들이 있다. 꿈, 열정, 도전과 같은 자기소개서 속 추상 명사들이 내 마음 속에 실재하고 있던 시절. DCA에 참가했던 수많은 학생들처럼 친구들과 모여 밤을 새고 공모전 아이디어를 내는 게 방학의 전부였던 시간. 그때는 광고가 좋아서, 광고가 하고 싶어서, 광고만 파는 게 답인 줄로만 알았다. 그 치열했던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에 들어선 지금 조금은 알 것 같다. 광고인이 선망해야 하는 건 광고가 아니라, 광고 밖의 넓고도 수상한 세상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다 내 어깨에 스친 바람에 귀 기울인다. 상보다 중요한 건 그저 상상하는 일이니까.

 

 



박수진 CⓔM / 크리에이티브솔루션1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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