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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M Report

로코노미, 가까운 곳에서 더 좋은 것을

 

글 민용준 / <에스콰이어> 매거진 피처 디렉터 출신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성한 신조어인 로코노미는 말 그대로 특정 지역성 자체가 소비 영향력을 가진 경제적 효과를 일으키는 브랜드가 되는 현상을 정의한 것이다. 사실 지역성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지며 경제적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은 새로운 경향은 아니다. 이를 테면 소위 ‘핫플’이라고 일컫는 명소들은 예전에도 있었고, 그 언어가 존재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장소라는 곳은 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로코노미라는 언어는 새삼스러운 면이 있지만 이런 트렌드를 규정하는 언어가 대두될 때에는 대체로 이를 뒷받침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2022년의 소비 트렌드 주요 키워드 中 / 출처 shinhancard.com

 

트렌드란 소비와 직결되는 생활양식이기에 대체로 돈의 흐름을 파악한 데이터보다 확실한 근거는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19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서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트렌드 리포트 ‘2022년의 소비 트렌드 주요 키워드’ 여섯 가지 중 하나로 로코노미를 내세운 것도 주목할만하다. 신한카드 이용건수 기준으로 매년 1월부터 9월 사이 지역별로 고유한 개성을 가진 매장을 대상으로 이용 변화를 살펴보니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소비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러한 소비 패턴이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청년층 이외 세대까지 폭넓게 적용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을 삼가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먼 이동 경로보다는 인접한 지역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려는 심리가 주거지와 인접한 지역 내에서 가능한 것들을 살펴보고 발견하는 흥미로 발전한 사례처럼 보인다. 특히 부산, 전주, 인천 등 지역명을 상호로 활용한 가게가 많아지는 추세가 보인다는 점 역시 지역성 자체가 브랜드처럼 여겨지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로코노미가 단순히 로컬 안에서만 머무는 현상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배송과 배달 산업의 발달을 통해 타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소비할 수 있다는 연결성의 간편함 자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발생시켰다는 정황도 보이기 때문이다.

2021년 1월부터 9월 사이, 해당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나 특정 지역의 유명 식당에서만 파는 음식을 직배송해주는 산지 직송 플랫폼 이용 횟수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에 걸쳐 40~5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졌고 특별한 경관을 찾는 즐거움을 누리기는 힘들어졌지만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식도락 즐기기까지 중단할 수 없는 이들의 심리를 간파한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해당 지역이나 특정 가게에서의 경험이 가능하고, 이런 간접적인 소비를 통해 오히려 해당 지역이나 공간 자체에 대한 인식은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간을 만들어 창업 커뮤니티가 소비자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부산슈퍼>. 로컬 브랜드의 물품을 판매하고 굿즈, 포토존,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 출처 부산관광공사, @busan_super

 

사실 지역성 자체가 하나의 상표처럼 대두되는 현상은 지난 몇 년 사이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특히 고유 지역의 대표 주자를 표방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가 대표적인데 미각을 자극하는 식음료에 대한 경험은 지역성과 가장 밀접한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하다. 지방 도시마다 유명한 고유 브랜드의 빵집이 존재하고 해당 도시를 찾았을 때 일종의 성지 순례처럼 이곳을 찾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도 비슷한 일례다. 이런 현상이 지역성 고유의 개성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발달했던 것이 팬데믹 이전 상황이라면 팬데믹 이후의 로코노미는 지역성을 소비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면에서 더 나아간 현상처럼 보인다. 

 

지역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패션 브랜드들. (좌) 대구의 지역번호 053을 디자인에 활용하고 지역 출신 힙합 뮤지션과 콜라보하는 이플릭 (우) 로컬이라는 영역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신분당씨티클럽. 탄천에 설치된 너구리 보호 안내판을 보고 너굴맨 티셔츠를 디자인했다. / 출처 eplc.co.kr, softshop.imweb.me

 

물론 이런 현상이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일지, 팬데믹에 맞물린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시적이라도 경험은 경험이고, 그로부터 이어지는 관성적 행위가 낳는 새로운 현상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세대에 갇힌 유행이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한 전 세대적인 소비 경험이 너르게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은 로코노미 트렌드가 단말마 같은 현상에 머무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만든다. 팬데믹으로 제한된 일상이 되레 만인의 삶을 글로벌이 아닌 로컬에 시선을 맞추도록 유도한 결과 새로운 생활 반경을 발견하게 된 이들이 늘어난 셈이기에 로컬 안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 효과는 더욱 결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로코노미 트렌드는 ‘~리단길’ 같은 핫플 되기를 추구하지 않아도 적정한 수요와 공급의 순환이 가능한 지역성 보존 자체가 가능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유명한 가게가 뜨면서 해당 지역 자체가 번화하는 현상은 무분별하게 오른 임대료로 인해 정작 그 지역의 기세가 급격하게 도태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을 만든다. 그런 면에서 로코노미는 지역성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소비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연결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드는 힌트로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한동안은 글로벌이 아니라 로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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