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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Brand

버블_Z세대의 뷰티 문법

 

글 김주은 / <마리끌레르> 뷰티 디렉터로 시작해 현재 패션·뷰티 콘텐츠 회사 제이에디션(@jedition_mag) 운영. 저서 <뷰티풀 타임: 뷰티 에디터도 궁금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 탄생 이야기>

 


 

20년 넘게 뷰티 에디터로 활동하며 늘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좇는다.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탐색하는 일은 직업적 의무를 넘어 즐거운 습관이다. 최근 내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미국 Z세대가 열광하는 뷰티 브랜드, 버블(Bubble). 기존의 성공 공식을 완전히 뒤집은 ‘낯선 혁신’을 선보이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함께 만든다, 커뮤니티 DNA

버블은 2020년 론칭 후 불과 몇 년 만에 미국 전역 19,000여 개 매장을 열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원동력은 버블의 작동 방식에 있다. 오랜 성공 공식에 안주하는 기존 뷰티 브랜드와 달리 버블은 처음부터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창립자인 샤이 아이젠만은 “오늘날 10대들은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어머니 세대의 클래식한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버블이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전문가만 제품을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 버블은 소비자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Z세대와 함께한다. 

버블의 패키지는 상당히 ‘힙’하다. 제품 이름도 ‘슬램 덩크(Slam Dunk)’, ‘클라우드 서프(Cloud Surf)’, ‘데이 드림(Day Dream)’처럼 Z세대의 감성을 완벽히 저격한다. 평균 가격대는 20달러 미만으로, 누구에게나 ‘이거 어때?’하고 부담 없이 추천할 만하다. 자체 굿즈, SNS 챌린지 캠페인 등 젊은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해 자발적인 바이럴을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도 눈에 띈다. 이 모든 것은 앞서 말한 커뮤니티 덕분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6,000명 이상의 Z세대 앰배서더가 참여해 제형, 네이밍, 패키징, 사용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 결정한다. 이 과정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버블만의 핵심 전략이자 브랜드의 정체성이 됐다. 연구실에서 시작해 Z세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구조. 그래서 버블은 전통적인 ‘브랜드’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커뮤니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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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와 네이밍을 Z세대 취향에 맞춰 제작, 소비자들은 SNS에 인증샷을 업로드하며 자발적으로 바이럴에 참여하고 있다. / 출처 @bubble / 이미지를 좌우로 클릭해 더 보기

 

제품과 소비자에 모두 진심

버블의 모든 제품은 피부과 전문의로 구성된 연구소에서 만든다. 불필요한 성분은 빼고 비건 인증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스킨 스쿨(Skin School)’도 흥미롭다. ‘스킨케어의 진실과 거짓’, ‘여드름 가이드’, ‘제품 레이어드 하는 법’ 등의 참여형 콘텐츠를 공유해 소비자가 피부 건강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버블 연구소 아론 파버그(Aaron Farberg) 박사의 인터뷰에서 이 브랜드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이름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Bubble은 진지한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우리 제품은 최고의 성분을 적절하게 배합해 만들어졌으며,

그 효능은 과학적 연구로 입증돼 있습니다.”

 

 

유통 전략도 눈 여겨 볼만하다. 버블은 온라인 자사몰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곧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Z세대의 80%는 실질적으로 매장을 찾아 직접 제품을 고른다”는 조사 결과였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실제 구매 패턴을 파악한 버블은 오프라인 유통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 채널인 월마트에 입점한 최초의 신생 스킨케어 브랜드 중 하나가 됐고, 8개월 만에 3,900여 점포로 물량을 확대했다. 이후 2022년에는 타겟(Target)과 얼타 뷰티(Ulta Beauty)에, 최근에는 세포라(Sephora) 중동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버블의 제품력과 시장 잠재력을 글로벌 유통 대기업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현재는 미국 전역 19,000여 개 매장을 넘어 영국, 호주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건강하고 자신 있는 삶을 위하여

버블은 스킨케어를 넘어 정신 건강까지 브랜드의 책임으로 여긴다. 판매액의 1%를 관련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고 다양한 참여형 캠페인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약 1천만 원을 지원하는 ‘Face the Future 장학금’도 운영한다. 이 모든 활동은 브랜드의 슬로건인 'FACE THE DAY'와 일맥상통한다. '하루를 마주하라'라는 슬로건은 단순히 피부 고민 해결을 넘어 Z세대가 외부의 시선이나 스트레스에 굴하지 않고 자신 있게 하루하루를 마주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버블의 철학을 담고 있다. 화장품을 파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Z세대와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캠퍼스 투어, 길거리 캠페인, 브랜드 협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 @bubble

 

버블의 성공은 단지 몇 개의 베스트셀러로 설명될 수 없다. 명확한 타깃 설정, 실질적인 팬덤 형성, 직접 참여와 소통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뷰티 브랜드가 지닌 기존의 공식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버블이 연 이 판도라의 상자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뷰티 문법이 될 것이다. 뷰티 전문가와 브랜드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넘어 '내가 곧 브랜드'라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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