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김신철 / 국내 유일의 음료 미디어 <마시즘> 에디터. 세계의 이색 음료, 음료 브랜드의 역사 등 마실거리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 저서로는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카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있을까? 카페는 커피 맛으로만 승부가 나지 않는 덕분(?)에 많은 이들이 쉽게 상상하는 미래 중 하나다. 디자인이든 기획이든 각자가 가진 여러 가지 전공과 특기를 살려 얼마든지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쯤 만나게 될 것이다. 맞은편 대로변에 새로 생긴, 고객을 빨아들이는 스타벅스를. 그런데 이런 비극적 결말을 뒤집은 카페가 나타났다!
커피 제국을 무너뜨린 GEN Z의 카페
그 이름은 바로 더치브로스(Dutch Bros). Z세대의 픽으로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미국에서 스타벅스와 던킨 다음으로 매장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다. 아직 대부분의 매장이 서부 지역에만 집중돼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주목 받는 신생 브랜드라고 하지만, 그 시작은 무려 1992년 오리건주의 작은 마을 길거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냐하면 가족 대대로 이어오던 젖소 농장이 망했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브랜드는 개업 첫날 모든 걸 보여준다. 네덜란드계 미국인 보스마 형제는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모아 커피 원두와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더치브로스’라 이름 지은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갔다. 그곳에서 록 음악을 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첫날 매출은 겨우 65달러. 하지만 이날 더치브로스의 아이덴티티는 정해졌다. 커피 한잔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자!
놀랍게도 더치브로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6개월 만에 손수레가 5개로 늘었다. 그리고 2년 뒤 손수레들은 어엿한 매장으로 환골탈태했다. 다만 테이블과 좌석은 없었다. 고객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커피를 받아가는 드라이브 스루 전용 카페였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부담이 적은 작은 공간, 3분 안에 제조되는 음료. 더치브로스는 극단적인 효율을 중심으로 매장 수를 차근차근 늘려나갔다.



그런데 그것이 찾아왔다. 코로나19. 2020년 초반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카페가 문을 닫았다. 고객이 모일 수 없으니 카페는 아포칼립스 영화에 나오는 폐건물 같았다. 하지만 더치브로스는 오히려 붐볐다. 원래 좌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로이스타와 더치마피아
그것은 바로 ‘브로이스타’라 불리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커피 전문가이기 전에 고객을 기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들이다. 밝은 미소를 짓고 눈을 맞추며 고객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다. 무미건조하게 만들어진 커피를 내놓는 카페들을 다니다가 더치브로스에 가면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30초~1분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고객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드라이브 스루형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가 아닌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는 이유다. 스타벅스가 카페를 ‘공간’으로 정의했다면, 더치브로스는 카페를 ‘긍정’이라는 감정으로 접근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2016년, 한 고객이 침울한 표정으로 더치브로스를 방문했다. 브로이스타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고, 전날 남편을 잃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자 온 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 순간이 찍힌 사진 한 장이 SNS에 공유되면서 더치브로스는 인간미 넘치는 브랜드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더치브로스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치마피아’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Z세대에 속한다. 그들은 더치브로스의 직원이 아니지만 더치브로스를 알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더치브로스에서 산 음료로 말이다. “더치브로스가 파는 음료의 종류는 1만 가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더치브로스는 커스터마이징에 특화됐다. 특히 레벨(Rebel)’이라는 자체 에너지 드링크에 여러 시럽을 섞어 독특한 색깔과 달콤한 맛을 만드는 게 유행이다. 이는 더치마피아들의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단골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들이 알아서 소셜미디어에 홍보를 해주니 더치브로스로서는 감사한 일. 여기에 더치브로스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스티커 데이를 만들어 매달 특정 수요일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한정판 스티커를 증정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귀엽고 독특한 굿즈일 뿐이지만 더치마피아와 같은 팬덤에게는 보물이나 다름 없다.

당신의 손수레에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성장은 언제나 숨겨진 문제를 드러낸다.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돌아오곤 한다. 더치브로스의 경우는 ‘사람’이다. 늘어난 매장과 몰려오는 고객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친절할 수 있을까? 그래서 더치브로스는 외부인에게 가맹권을 주지 않는다. 최소 3년 이상 더치브로스 매장에서 근무하며 문화를 체득한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 2024년부터는 대부분 신규 매장을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으로 오픈했다. 빠른 확장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방침이다.
우리는 챔피언보다 도전자의 입장에 설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상대는 동네 카페 앞 스타벅스처럼 강하고 자비가 없다. 더치브로스의 성장은 단숨에 거인을 이긴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작은 덩치를 키우는 팩맨(Pac-man)에 가깝다. 만약 우리의 브랜드가 아직 작고 귀엽다면, 더치브로스가 걸어온 길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또 어떤 손수레가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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