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원요환 / 국내 경제지 기자로 경력을 쌓은 뒤 중동 항공사 파일럿으로 인생 2막 개척. 두바이를 거점으로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걸프 부국의 경제와 자본 흐름에 집중하며 우리나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전한다. 저서로는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 <있는 그대로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산다고 하면 금으로 장식한 커피나 초고층 빌딩의 고급 레스토랑에 관해 묻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그런 화려한 모습도 두바이의 일부지만, 이곳에 사는 필자에게는 조금 다른 음식 풍경이 더 익숙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팔고,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집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작용한다. 이것이야말로 두바이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 중 하나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마마부자(Mama Booza)’ 역시 두바이의 이러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현지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린 브랜드로, 아랍권의 전통 디저트를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이름에 들어간 ‘마마(Mama)’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 어머니의 주방에서 시작됐는데, 그곳은 두바이도 베이루트도 아닌 영국 런던이었다.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런던에 살던 수잔나 바나는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고향의 디저트가 그리워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을 아우르는 동지중해 지역, 레반트(Levant)의 전통 디저트였다.
수잔나는 먼저 아랍권의 진한 크림인 아쉬타(Ashta)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다. 이를 맛본 가족과 친구들이 다른 맛도 만들어보라고 권하면서 사업의 가능성이 열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잔나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나이는 쉰아홉. 평생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어머니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가정집 주방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수잔나의 레시피는 두바이에 거주하던 아들 카림과 며느리 안나에게 전해지며 본격적인 사업의 발판이 됐다. 처음에는 가정용 기계로 하루 세 통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왓츠앱으로 친구들의 주문을 받는 소규모 판매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인에서 지인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 규모도 점차 커져갔다. 이후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인 트레이시 하무시와 사업 파트너 와엘 엘 아리스가 합류해 브랜드와 운영 체계를 정비했고, UAE의 배달 플랫폼인 딜리버루를 통해 판매 채널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가족의 레시피가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한 방식이다. 아무리 맛있는 레시피라도 안정적인 생산과 주문 관리, 유통까지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마마부자는 수잔나의 레시피에 사업 운영과 브랜딩 역량을 더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는 동시에 배달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장 과정은 두바이라는 도시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런던에 사는 어머니가 기억하던 레반트의 디저트를 두바이의 가족이 상품으로 만들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이를 주문해 즐긴다. 음식의 뿌리와 브랜드의 탄생지가 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두바이의 일상이다.
마마부자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브랜드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한다. 레반트의 전통 디저트에서 출발해 두바이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면서도 음식의 문화적 배경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맛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분명하게 전달함으로써 수많은 아이스크림 브랜드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추억을 넘어 새로운 취향으로
마마부자의 제품을 살펴보면 고향의 맛에 대한 향수를 어떻게 구매로 연결하는지 알 수 있다. 대표 메뉴인 ‘아쉬타’는 레반트의 여러 디저트에 사용되는 진한 유크림으로, 마마부자는 여기에 오렌지꽃 향을 더해 아이스크림으로 선보인다. 아쉬타에 익숙한 아랍권 소비자에게는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하고,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색다른 크림 아이스크림으로 다가간다.
또 다른 메뉴인 ‘레이지 케이크(Lazy Cake)’는 초콜릿과 비스킷을 섞어 냉장고에서 굳히는 디저트다. 오븐이 필요 없고 집집마다 만드는 방식도 조금씩 다른데, 마마부자는 이를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실제 비스킷 조각을 넣는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레이지 케이크에 대한 추억이 없더라도 초콜릿과 비스킷의 조합은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이처럼 같은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더라도 구매 동기는 저마다 다르다. 레반트 출신 소비자에게는 고향의 맛을 추억하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문화권의 소비자에게는 낯선 디저트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된다. 마마부자는 고향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그 추억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흑임자나 인절미를 아이스크림으로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면 마마부자를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재료와 맛을 익숙한 디저트 형태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두바이에서는 원래의 디저트를 알지 못해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은 이런 조건에 잘 맞는다. 먹는 방법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역사적 의미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맛있게 한 숟갈 떠 먹을 수 있다. 전통의 개성은 살리면서 새로운 소비자의 진입 장벽은 낮춘 셈이다.
스토리를 주문으로 이어가는 법
물론 ‘엄마의 레시피’라는 이야기만으로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어느 나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객이 다시 찾도록 하려면 제품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할라와 딥스(Halawa Dibs)’다. 참깨로 만든 과자인 할라와(Halawa)와 캐롭(Carob) 열매로 만든 당밀을 사용하며, 실제 할라와 조각을 아이스크림에 섞어 특유의 식감을 살렸다. 앞서 소개한 레이지 케이크의 비스킷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전통 디저트의 이름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제품에 담아냈다. 이처럼 마마부자는 ‘고향의 맛’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있다.
판매 방식 역시 두바이의 생활에 맞췄다. 필자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에게 배달 앱은 식사부터 장보기까지 해결하는 일상적인 수단이다. 마마부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배달 서비스와 연결해 고객이 익숙한 앱에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고향의 추억을 담은 디저트지만, 구매 방식만큼은 오늘날 소비자의 생활에 맞춰 편의성을 높였다.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도 마련했다. 최근 마마부자는 두바이의 유명 레스토랑 이토피(Eatopi)에 아이스크림 카트를 설치하고 창업자들이 직접 제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이름만으로 짐작하기 어려웠던 맛을 직접 경험하고, 브랜드는 고객의 질문과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주문의 편리함에 직접 맛보고 소통하는 경험까지 더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고향의 디저트’라는 이야기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친숙한 아이스크림 형태로 첫 구매의 부담을 낮춘다. 여기에 전통 디저트 특유의 재료와 식감으로 차별화를 더하고, 배달 앱을 통해 간편하게 재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마마부자는 고향의 추억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으면서도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설계했다.
필자는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조종하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 음식이 더 많은 사람의 일상에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마침 K팝과 드라마가 중동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을 맛볼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호기심으로 한 번 맛보는 일과 그 맛에 매료돼 꾸준히 찾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마마부자는 고향의 디저트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했다. 한국 음식 역시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호기심에 주문했던 음식이 두바이 사람들의 냉장고에 늘 자리하는 것. 한류가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미래는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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