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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진심으로 좋아하면 ‘연결’된다

 

글 서민웅 /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두루 거치며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을 이끌어왔다. 캐릭터 브랜딩부터 성장 전략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저서로는 <마케터의 생각>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스레드, 유튜브, 카카오톡…. 브랜드도 고객과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계정을 만들고 소통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연결될 통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는데, 정작 고객과 정말 연결되는 브랜드는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소셜 분석 기업 소셜인사이더(Socialinsider)가 87만 건이 넘는 브랜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2026년 중반 기준 인스타그램 브랜드 계정의 평균 도달률은 팔로워 대비 4.9%였다. 1년 전보다 14% 떨어진 수치다. 페이스북은 1.8%에 불과하다. 팔로워가 1만 명인 브랜드 계정이 게시물을 올려도 500명이 채 안 본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제 SNS에서 브랜드 이야기를 듣기 싫어진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브랜드가 계정 운영에 '업무'로 접근한다는 점에 있다. SNS는 원래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고 타인의 시선에 공감하는 공간이다. 다들 즐거운 대화를 하러 모인 자리에 혼자 일하러 온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외면당할 것이다.

 

 

진정성은 어떻게 전해지는가

반대로 진짜 좋아서 SNS 계정을 운영하는 브랜드, 셀럽, 인플루언서에게는 사람들이 기가 막히게 반응한다. 최근 화제가 됐던 사례는 배우 이광수의 버블이다. 버블은 매달 4,500원을 내면 스타가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는 유료 팬 소통 플랫폼이다. 이광수는 10월 초 버블을 시작하자마자 팬들에게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버블 할 시간이야", "빨리 밥 먹고 버블 들어와". 출근하기 싫다는 팬에게는 "넌 지금 대학생들의 꿈"이라고 답하고, 절친 도경수의 콘서트장에서 몰래 버블을 하다 들키기도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광수 버블'은 X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고, 버블 앱은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를 찍었다. ‘이광수 때문에 버블 처음 깔았다’는 사람들이 쏟아졌다. 함께 드라마를 찍는 김우빈이 ‘광수 형 버블 때문에 촬영장이 난리’라며 제발 멈춰달라고 했을 정도다.

이광수가 특별히 대단한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았다. 이 사람이 '팬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 대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링거 맞는 사진 한 장을 보냈더니 "버블 그만하고 자라"는 팬들의 우려 섞인 메시지가 1초에 하나씩 쏟아졌다는 일화가 있다. 팬과 아티스트는 그렇게 강하게 '연결'됐다.

 

이광수는 버블을 시작하자마자 팬들에게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내며 화제가 돼 X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소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리센느의 역주행도 같은 맥락이다. 리센느의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다른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와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아이돌 자체 콘텐츠는 솔직히 '또 다른 스케줄'처럼 보인다. 기획된 포맷에 맞춰 진행하는 '일'의 느낌이 강하다. 리센느는 다르다. 본인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를 즐거워하고, 팬들을 진심으로 웃기고 싶어 한다. 그 진심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이면서 팬들과 강하게 연결됐다.

나는 이것이 '진정성'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진정성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을 진짜로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좋아서 하는 일은 숨길 수 없고, 그렇게 일하다 보면 그 태도에 마음이 움직인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된다.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경험이 있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프렌즈를 사업화할 때였다. 그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 스스로 이 캐릭터를 정말 아끼는가?" 카카오프렌즈가 인기를 얻을수록 협업 제안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애정하는 캐릭터들이 먹고 나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피자 박스에 찍혀 나가는 건 싫었다. 돈이 되더라도 그랬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에, 더 좋은 유통 채널에 우리 캐릭터가 자리하길 바랐다. 그렇게 하나하나 고르다 보니 카카오프렌즈 굿즈를 향한 관심과 기대감도 점점 커졌다.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넘었고, 전 국민적인 열풍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전략이 있었던 게 아니다. 우리 팀이 신경 쓴 건 카카오프렌즈라는 캐릭터를 진심으로 아끼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객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마음을 움직이면 숫자도 움직인다

'진정성'이라고 하면 감성적인 영역처럼 들린다. 그래서 매일 숫자로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진정성을 이야기하면 한가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는 퍼포먼스 마케팅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최근 가장 효율이 좋은 메타 광고는 인플루언서 시딩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 광고다. 브랜드 대신 크리에이터 계정 이름으로 광고가 나가는 형태다. 메타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파트너십 광고는 일반 브랜드 광고보다 CPA가 평균 19% 낮고, 클릭률은 13% 높다.

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크리에이터 광고 기업 에이전티오(Agentio)가 1억 3,000만 달러 규모의 메타 파트너십 광고 6만 5,000건을 분석했다. 똑같은 크리에이티브를 브랜드 계정으로 돌렸을 때와 크리에이터 계정으로 돌렸을 때를 비교했더니 크리에이터 계정 쪽의 클릭률이 19%, 전환율이 10% 높았다. CPM은 오히려 19% 더 비쌌는데도 그랬다. 영상은 똑같았다. 달라진 건 '누가 말하느냐' 하나였다.

 

 

 

광고 효율은 결국 사람들의 반응이 만든다. 사람들은 브랜드가 하는 이야기에는 스크롤을 내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는 스크롤을 멈춘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사람'이 꼭 유명할 필요도 없다. UGC 플랫폼 기업 스택라(Stackla)의 조사에 따르면 친구나 가족이 올린 콘텐츠가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사람은 60%였지만, 셀럽 콘텐츠는 23%에 그쳤다.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의 말을 더 믿는다. 수백만 팔로워의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친구처럼 느껴지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나와의 연결도가 높다'고 느낀다. 그 연결감이 구매를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시딩이 공식처럼 퍼지면서 협찬 콘텐츠도 점점 패턴화되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구도에, 어디서 들은 듯한 멘트. 소비자는 이런 '가짜'를 금방 알아챈다. 크리에이터가 진짜로 좋아하는 제품이어야 하고, 그 크리에이터가 자기 말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가 대본을 쥐어주는 순간 파트너십 광고도 그저 그런 광고가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진짜로 브랜드를 좋아하고 애용하는 인플루언서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객과 연결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늘 기술에서 찾아왔다. 새 채널을 열고, 새 포맷을 찾고, 알고리즘 공략법을 공부했다. 그런데 연결의 통로가 이렇게 많아진 지금, 오히려 분명해진 게 있다. 연결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브랜드가 '진정성 있어 보이는 방법'을 찾는다. '진정성 있게 보이는 포맷'을 구상하고, '진정성을 구현하는 성공 방정식'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좋아서 하는 것과 일로 하는 것의 차이를.

브랜드는 고객과의 연결을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팔기 위해서, 바이럴을 위해서,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서 연결되려는 순간 그 의도는 드러난다. 순서가 반대여야 한다. 연결 그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고객과 대화하는 게 즐겁고, 고객이 좋아하는 문화를 우리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고객이 하는 말을 듣는 게 재밌고,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는 애써 연결되려 하지 않아도 고객과 연결되고 탄탄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내일 출근하면 팀과 함께 이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우리는 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정말 즐거운가?” 이 질문에 바로 "네"라고 답할 수 없다면,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기 전에 그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좋아하는 척은 들킨다. 좋아서 하다 보면, 깊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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