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아도 가을의 향은 길어요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이어져온 병이 있다. ‘향수병을 모으는 병’. 작고 예쁜 향수병을 보면 정신을 못 차렸고, 그렇게 하나씩 모으던 향수병은 점점 늘어났다. 예쁜 향수를 보면 갖고 싶어 어쩔 줄 몰랐다. 급기야 향수병에 내가 끌려다니는 것 같아서 애써 모은 향수병을 전부 갖다 버리는 행동까지 했었다. 그렇게 향수병의 모양에만 집착했냐, 절대 아니다. 향수병 모양만큼 향기에도 엄청나게 집착했다. 유명하다는 브랜드의 향기는 대부분 알고 있었고, 누군가 지나가면 ‘아, 그 향이구나’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향기에 집착해서 좋은 점이 있다. 향기로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힘든 순간이 오면 가장 좋아하는 향을 뿌리면서 좀 더 기분 좋게 만든다거나, 즐거운 시기가 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아하는..
2024. 10. 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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